EJU 대학 합격 체험기

안녕하십니까.

칸세이가쿠인대학 문학부 소속 최혜진입니다.

[불가능해 보이거나 무모하다 생각되더라도 하고싶다는 본능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라]

어렸을 적 들었던 이 문장은 이제는 누가 저에게 말해줬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유학공부를 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입니다. 저는 대학에 대해 목표가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대학을 가고 싶다, 어느 학과에 가고 싶다 라는 목표가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목표를 위한 노력 또한 제대로 해본 적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배치된 반에 있는데 너무 싫었습니다. 3년뒤 20살의 인생은 가늠이 안 되었고 그런 미래를 위해 3년동안 고등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으니까요. 그 당시 인지하지 못했지만 무기력감에 빠진 상태로 1학년 일본어 수업을 들었습니다. 중학교때는 한국인 선생님이 일본어를 가르치셨는데 고등학교에 오니까 한국인 선생님이랑 일본인 선생님이 같이 일본어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중학교때도 일본어를 배웠고, 일본어로 된 만화나 영화도 꽤 봤으니까 선생님이랑 잘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께 일본어로 대화를 시도하였었습니다. 띄엄띄엄 일본어 단어를 말하면서, 손짓발짓 다 사용해가면서 말했지만 선생님은 제가 한국어로 말하자 그제서야 이해하셨습니다. 저는 새빨개진 얼굴로 교무실을 나서면서 선생님과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고싶다 라는 목표를 잡게 되었고 그 목표가 저를 움직이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저의 일본어를 배운 동기를 읽으시고 대단한 목표가 아니어서 실망하거나 놀란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를 바꾼 작은 목표는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찾아보고, 학원을 가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하고, 학원 숙제를 위해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어를 위해 학교를 자퇴하는 결정을 내리고, 자퇴생이라는 꼬리표에 상처받는 일이 생겨서 학원을 빠지는 일이 생겨도 결국에는 남들보다 일찍, 학원에 남아 남들보다 늦게 학원을 떠나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다닌 학원은 원 내에서 무조건 일본어만을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일본어라고는 인사말 밖에 몰랐던 당시 저는 전자사전을 한 손에 들고 학원 사람들이 대화하는 곳에 늘 끼어들었습니다. 카운터에서 정산을 담당하시던 선생님이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 의미도 모르지만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들었습니다. 회화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에게는 “선생님 오늘 수업하나요?”라는 문장을 매일같이 말했습니다. 사과, 좋아하다 이 두 단어를 배운 날에는 학원 선생님들께 “선생님 사과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고 다녔습니다. 문법도 자주 틀리고 존경어, 겸양어조차 몰랐지만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제가 틀린 문장을 선생님이 알맞게 지적해주시면 그 자리에서 다시 물어보고, 단어도 써보았습니다. 제가 모르는 부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은 납득이 갈때까지 질문하고 선생님을 만나면 앞뒤로 질문으로 가득 적혀진 종이를 드리기도 하였습니다. 덕분에 학원에서는 답지를 이기려는 여자라고도 불렸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방법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공부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저는 수다를 좋아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늘 누군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부를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진중히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방법이, 또 누군가는 저와 같이 타인을 통해 공부를 하는 방법을 선호할지도 모릅니다. 아직 공부 방법을 모르는 학생이라면 하나의 방법에 몰두하기 보다는 작은 변화를 계속해서 줘서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절대 여러분의 목표의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대학은 여러분이 인생에서 이루어 내고자 하는 큰 목표들 중 하나의 중간 단계입니다. 입학 원서를 작성하는 시기가 되면 다들 목표해왔던 대학을 지원하기에는 자신의 점수가 낮아서, 하고싶은 꿈을 찾지 못해서, 학비가 너무 비싸서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원하지 않는 학교 혹은 학과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왜 이 학과를 공부하고 있는지에 대해 심한 자책감과 허탈감을 나타내는 학생이 많습니다. 물론 높은 대학, 좋은 학벌은 사회적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가고 싶지도 않은 학과를 지원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목표가 없는 학생의 지망이유서는 대부분 상투적인 내용이 많아 재미가 없고, 면접은 그 학생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없어집니다.

저의 경우 대학을 정할 때 중요한 기준은 심리학과의 유무였습니다. 프로파일러, 피해자 케어에 크게 흥미를 가지고 목표를 잡았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서 학교의 레벨보다 학과의 유무가 가장 컸습니다. 원하는 목표를 정한 뒤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하나의 캐릭터 컨셉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칸가쿠를 지원할 때에는 [범죄 피해자가 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의]라는 컨셉을 잡고 그에 따라 지망 이유서와 면접을 준비하였습니다. 이렇듯 이루고자 하는 하나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그에 맞추어 내용을 가감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지망 이유서를 작성하기 전, 자신의 취미나 흥미를 되돌아보는 것으로 앞으로의 비전을 구축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일본 유학을 준비하는 분이나 앞으로 준비하려는 분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지금 당장 대학을 못 갈 것 같고, 점수가 낮아서 침울하더라도 여러분의 노력의 방향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점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고뇌한다는 증거이고, 점수가 오르지 않아 좌절한다는 것은 그동안 자신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되돌아보라는 신호입니다.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땐 부끄럽겠지만 한적한 공터나 사람 없는 지하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나도 대학 갈 수 있다!!!”라고 크게 소리한번 질러보세요. 저는 여러분들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