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JU 대학 합격 체험기

안녕하세요. 2017학년도 메이지대학 상학부의 심철휘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와 함께 일본유학을 하고자 그 해 12월 크리스마스 때부터 일본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일본어라고는 전혀 써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던 지라 히라가나 카타카나 먼저 배워나가면서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일본 유학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기도 할뿐더러, 앞서 말했듯 일본어도 생초보인 저는 학원에서 듣는 수업에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생각 없이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6개월이 지나고, 첫 번째 EJU 시험을 치고, JLPT N2 시험을 치고 나자 정말로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게다가, 그저 그런 EJU 점수는 크게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 이런 점수를 11월 시험 때 받는다면 정말 재수하겠구나!’

...라고는 생각했어도 겉으로는 크게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언제나 느껴지는 부족한 일본어 실력이라도 조금씩은 실력이 늘었고, 점점 본격적인 수업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어 실력이 늘긴 해도, 정말로 힘들었던 것은 청해였다고 생각합니다. 독해는 잘 이해가 안되면 다시 읽으면 되지만, 청해는 한번 놓치면 그 문제는 틀린 것과 같은 것이니 청해 시간에는 언제나 긴장이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요)

하루는 청해가 잘 안되어서 선생님께 여쭈어보았더니, 선생님께서는 ”일본 방송이나 드라마, 만화 같은 것을 보면 도움이 될 거야“ 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날부터, 항상은 아니더라도 일본어 공부를 할 때면 일본 애니메이션을 틀어 놓고 공부를 했습니다. 한 달 동안 120화정도 본 것 같네요. 그러자 정말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몰랐던 단어, 문법 같은 것도 알게 되자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고, 문제를 풀 때 안들리던 단어도 들리게 되고는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선생님들과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기도 하고, 담임선생님께서 일본 유학에 흥미를 느끼시고 지원을 해주셔서 비교적 쉽게 학교에서 일본어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학기 초에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께 유학 준비로 수업시간에 일본어 공부를 해도 된다는 허락을 미리 받아두었지만, 유독 한 선생님이 일본어 공부를 하는 것을 괴롭히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교실 앞에 바닥에 꿇어앉아서 공부를 하기도하고, 숙제를 뺏으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거면 자퇴나 하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너 같이 그렇게 공부해서는 대학 절대 못 간다, 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결국은 이때까지 한 번도 한 적도, 이후로도 하지 않을 선생님과 말싸움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나서야 일본어 공부에 터치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찌어찌 공부를 해나가면서 대학에 원서를 내고, 11월 EJU를 치고, 점수가 나오고 대학 합격 결과가 나오고, 메이지 대학 상학부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대학 합격 전보다는 합격 후가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원서도 그렇지만, 일본에 들어온 뒤 전입신고나 계좌 만들기, 휴대폰 개통 등, 이전에는 부모님이 해주시던 것을 직접 하려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3월 말에 일본에 와서 지금 4월 말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일들을 겪었는데요, 가장 흥미가 있었던 것은 동아리(서클) 활동이었습니다. 한국의 중 고등학교의 동아리라고 해봤자 공부랑 관련되거나 그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도 않고 홍보도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대학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신입생이세요? 저희 00부에 들어오시지 않으실래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캠퍼스 안을 빼곡하게 채운 동아리 홍보 포스터나 문구는 저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일본에 오기 전부터 검도에 관심이 있어서 검도부에 가입해서 매일 활동하고 있는데, 선배들에게 매번 밥이나 얻어먹고 있네요. 한사코 거절해도 ‘선배의 정’ 이라면서 음료수 같은 것도 사주시는데 그만 받고 싶을 지경입니다.

일본은 한국 대학교와 다르게 수강 신청이 쉬운 편입니다. 입학식은 4월 7일에 하였지만 수강신청은 4월 중순부터 가능했습니다. 일주일간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은 다음 수강을 신청하는 방식이었지요. 사실 뭐가 좋은 수업인지, 단위는 또 뭔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하나도 모를 때 크게 도움이 된 것이 ‘한국 유학생회’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메이지 대학에 입학한 유학생들 중 한국인들이 모이는 집단으로, 학과마다 모여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조언이나 도움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기왕 일본에 왔으니 한국인보다는 일본인과 친해지고 싶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여러분께 처음에는 이런 곳에 가입해서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 일본인 선배들에게도 조언은 받을 수 있지만, 같은 한국인인 선배로부터, 같은 입장으로 얻을 수 있는 조언은 저희 같은 유학생이자 신입생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자신이 가고 싶은 것이 ‘일본’인지 ‘대학’인지 잘 구분해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꿈을 좇아 ‘대학’으로 온 유학생은 현지 일본인 학생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한편, 그저 ‘일본’이 좋을 것 같아서 온 사람은 수업은커녕 대학에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 제가 가장 후회하고 있는 것은 지금 제가 들어와 있는 상학과라는 학과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아무 목표도 없이 유학을 온 것입니다. 일본에 온지 겨우 한 달 동안,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가고 싶은 대학이나 학과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알고 유학을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철휘

메이지대학 상학과 1학년

울산고등학교 졸업

울산 스루기월드학원 수강

(2017년 7월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