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JU 대학 합격 체험기

유학, 도전하는 첫 걸음

 김유진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생활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일본인 친구들과 선배들을 사귀고 함께 지내면서, 내가 어떻게 일본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빈번하게 질문을 받았다. 같은 유학생끼리도 왜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는지 서로 이유나 계기를 물어보곤 했다.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왜 내가 일본에 왔는지, 무엇을 위해 유학하는지 다시금 확실히 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미래의 유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자극이 될 나의 경험담을 쓰고자 한다.

 사람들은 많고 많은 나라 중 왜 하필 일본에서 공부하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나는 이 질문에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대답한다. 첫째, 일본과 관련된 일을 하는 친척이나 지인 덕분에 다른 나라보다 일본에 친근감이 있던 것. 둘째, 어깨 너머로 접했던 일본어가 재미있었던 것. 셋째, 고등학교 2학년 때 JENESYS 2015 한국청년방문단의 자격으로 일본을 다녀왔던 것. 특히 세 번째, 방문단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계기로 일본으로의 유학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 그 중에서도 고치(高知) 현에서의 홈스테이가 큰 전환점이 되었는데, 호스트 가족들과 함께한 나날 이후로 일본에서 공부하며 직접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유학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하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학교에서 배운 실용 일본어로는 유학을 준비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본유학시험(이하 EJU)을 위해서 일본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늦게 들어온 만큼 다른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뒤떨어져서 조급한 마음이 컸으나, 어느 정도의 불안함이 자극제가 되어 일본어 공부에 몰두할 수 있었다. 학원에서는 JLPT 공부를 병행하면서 알고 있는 단어의 폭을 최대한 넓히려고 노력했고, 모르는 문법 표현이나 헷갈리는 단어는 혼자 따로 정리해가며 자신이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는 것들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일본어 뉴스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었을 때, 매일 NHK 뉴스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뉴스는 필사해가면서 시사 이슈를 파악하는 동시에 일본어의 구조와 표현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일본에서 대학생으로 지낸다는 것은 단순히 학교를 다닌다는 의미 뿐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생활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자신이 일본에서 지내는 동안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무엇을 느끼고 싶은지에 따라 학교를 신중하게 결정해야만 한다. 나의 경우 간토(関東)보다는 간사이(関西) 지역의 문화를 알고 싶고, 간사이 지역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목표로 하는 대학의 범위는 자연스럽게 간사이 쪽으로 좁혀졌다. 대학의 여러 가지 특징이나 가고 싶은 학부를 고려해서 교토(京都)의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学)에 가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를 정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다행히 11월 EJU에서 괜찮은 결과가 나왔고 2018년 4월, 나는 도시샤대학 사회학부 1학년이 되었다.

 대학생활은 상상 이상으로 즐거웠다. 수험생활에서 벗어나 유학생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설렘 탓도 있겠지만, 정말로 학교를 다니는 매일이 알차고 즐거운 나날이었다. 일본인 학생들과 경쟁하며 일본어 강의를 소화하는 것은 녹록치 않았으나, 양질의 강의를 듣고 스스로 공부하는 짜릿한 성취감과 교수님의 피드백으로 그간의 어려움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공부 뿐만이 아니라 그 밖의 활동도 일상의 활력소가 되었다. 하루의 강의가 끝난 후 가볍게 하는 동아리 활동,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타코야끼를 만들거나 학교 근처의 강가로 놀러가던 것들 말이다.
 

 무엇보다 나는 도시샤대학 그 자체에 크게 만족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생활의 만족도가 높다고 느꼈다. 학교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았다. 오랜 시간 전통을 이어 온 대학답게 학교의 여기저기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데, 교내에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기리는 기념관이 자리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몇몇 건물은 중요 문화재이기도 하다. 창립자 니지마 조(新島 襄)의 건학 이념이나 그의 생애에 대한 강연회도 자주 열리고, 그와 관련된 교양 강의도 여럿 개설되어 있다. 기독교의 영향으로 창립된 학교라 교내에 작은 교회가 있고 종교 관련 강의나 활동도 많지만, 학생에게 종교와 관련해서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자유로운 학풍도 훌륭하다고 느꼈다. 더불어 교내에 자리해 있는 윤동주와 정지용 기념 시비까지, 특히 한국인 유학생이라면 더욱더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는 학교임에 틀림없다.
 

 교토에 자리해 있는 만큼 일본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1학기 동안 다양한 체험을 했지만 역시 기억에 가장 남았던 건 기온마츠리(祇園祭り)이다.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유카타를 갖춰 입고 저녁에 야마보코(山鉾) 순행을 보러 갔다. 일본을 대표하는 마츠리답게 볼거리도 많았고 즐길 만한 것들도 많다고 느꼈다. 물론 인파도 굉장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각자 마츠리를 즐기고 있는 게 느껴져서 사람이 많은 것마저 즐겁게 느껴졌다. 거리에 즐비한 상점가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먹고, 사진도 마구 찍어가며 그날의 추억을 남겼다.
 

 친구들과 쌓은 다양한 추억을 제외하고서라도 올해의 여름을 절대 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일본에서의 첫 학기가 끝나고 한국에 들어오기 전, 홈스테이 처의 호스트 가족과 만났기 때문이다. 방문단 이후 줄곧 메일을 통해 연락하고 있었고 나의 일본유학을 누구보다도 응원해 준 사람들이다. 그런 까닭인지 재회했을 때 반가움을 넘어선 벅찬 감정이 가슴속에 넘쳐흘렀다. 호스트 가족과 함께 우지(宇治) 시에 갔고, 그곳의 관광명소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홈스테이를 했던 때를 함께 회상할 때 길게 인연이 이어져서 기쁘다고, 국적도 나이대도 언어도 다르지만 우리는 친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다가오는 겨울에는 방문단의 자격이 아닌, 친구의 자격으로 다시금 고치현에 찾아가기로 호스트 가족과 약속했다.

 방문단이라는 결정적인 계기가 존재하는 탓인지, 나의 유학생활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렇지만 뚜렷한 목표가 유학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아니다. 일본에 오고 나서 다양한 것들을 체험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답을 서서히 찾아가는 유학생들도 결코 적지 않다. 유학을 가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 이외의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고 해서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항상 도전하는 자세를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한다. 타지에서의 유학생활은 매 순간이 도전이라는 것 또한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일본으로의 유학을 결심했다면, 눈 앞에 주어진 기회를 잡고 적극적인 배움의 태도로 순간순간을 보내야 한다. 머지않아 여러분들도 역시 유학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길 잘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유진
도시샤대학 사회학부 1학년
울산 성광여자고등학교 졸업
울산 인테코일본어전문학원 수강

(2018년 9월 현재)